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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하는 '장애인 주치의제도' _서인환 부회장 By 관리자 / 2024-07-24 AM 09:10 / 조회 : 300회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 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 7년이 지났다. 장애인주치의제도는 계속해 시범사업만 거듭하고 있고, 권역별 장애인 건강관리를 중증장애인에서 경증장애인까지 대상을 확대한다고 하였으나 일상의 장애인에게는 아무런 소식도, 혜택도 없다.

장애인 건강검진센터가 문을 열기는 하였으나, 건강검진사업이나 건강관리사업으로 인해 장애인 건강이 증진된 것 같지도 않고, 의료기관 방문에 있어 접근성이 향상된 것 같지도 않다.

재활운동은 어떤 재원으로 어떤 전문가가 누구에게 실시하는지 개념조차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권역별로 지정되기는 하였으나,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이 주치의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지원사업으로 ‘마을단위 다학제 주치의팀 활성화를 통한 장애인 중심 건강관리 역량 강화 지원사업’이 선정된 것이다.

주치의제도란 장애인이 직접 자신의 건강주치의를 선택하고, 그 의사로부터 만성질환 또는 장애 등 건강문제 전반을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제도다. 장애인은 비록 10%의 낮은 자부담이라고는 하나, 비용이 부담스럽고, 주치의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 참여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상담이나 방문진료, 방문간호 등 매우 유익한 의료 서비스임에도 중증장애인의 참여도는 0.3퍼센트에 불과하고, 주치의 역시 주치의 교육을 받은 10명 중 3명 정도만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는 다학제(다직종)간 협력으로 종합지원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과 주치의에 필요한 다학제 종사자의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마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해 민간 차원에서 주치의제도를 시범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학제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보면 지식활용 능력, 문제해결 능력, 협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치의 사업은 안산의료사협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와 대전민들레의료사협 통합돌봄사업본부와 협력하는 사업이다. 먼저 주치의와 코디네이터 등 다직종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위하여 장애인 건강 지키미 플랫폼을 만들었다.

대전민들레의료사협의 경우 장애인 건강주치의팀을 구성하였는데, 주치의 6명, 작업치료사(다학제팀장), 간호사 5명,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였다. 방문의료, 방문작업치료, 방문한의치료, 구강치료, 심리상담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치의제도의 이용자는 270여 명이 등록되었다.

민들레장애인건강주치의의 주요 활동을 살펴보면 건강관리, 활동참여지원, 지역자원 연계 등의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건강관리에는 건강검진과 건강관리, 예방접종 등이 있고 활동참여지원은 건강반 활동, 체력인증, 보조기 활용 교육, 서로돌봄 등이 있으며 지역사회 연계로는 금연, 영양관리, 복지용구 신청, 취업, 권익옹호, 주거복지 등이다.

민들레주치의팀은 사례관리를 통하여 정보 공유와 협력, 평가 등을 하고 있는데, 장애인의 욕구에 맞추어 욕창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주거 환경을 개조해 주기도 한다. 민들레주치의팀이 중심이 되어 지역마을 봉사자와 기업, 장애인 당사자, 실습생 등이 참여하는 마을공작소를 구성하여 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다가가 장애인등록을 도와주기도 하고, 장애인 수용 태도를 상담해 주기도 하고, 병원 이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휠체어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장애인의 친구가 되어 필요한 욕구를 파악하여 여러 가지 일상의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어주므로 장애인들은 주치의 서비스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서비스와 이웃을 얻게 된 것이니 장애인들은 민간 주치의 제도에 대해 매우 만족함을 느낀다.

법적으로 장애인에 주치의를 정하면 건강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필요 시 방문하여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고, 주치의가 직접 서비스할 수 없는 의료적 문제는 다른 의사에게 연계하는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민간이 운영하는 주치의제는 의료를 중심에 두고는 있으나, 친 장애적으로 종합적인 서비스를 해주고, 그러기 위해 다직종 종사자들이 서로 협력하며, 필요 시 네트워크를 통해 고용과 주거복지 등 매우 폭넓은 장애인의 문제를 지원해 준다.

병원에 가면 5분 만에 약처방을 해주는 의사와 개인적 호감을 표시하며 개인에게 애정과 관심을 보이며 진심으로 걱정해 주고 생활 전반을 도우려는 의사의 차이가 정부 주도 주치의제와 민간의 주치의제의 차이다.

민간주치의제는 장애인이 물리적 환경의 편의 부족으로 접근하기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의료 서비스 접근이 어렵거나, 의료장비 등의 이용에 있어 접근성의 어려움이나, 의료권위에 의한 접근성의 어려움, 의료 정보의 접근에 있어서의 어려움, 병원에서 치료로 해결되지 않아 장애가 남은 의료기관에 대한 심리적 배척감 등 여러 가지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학제의 팀원들이 매우 친근하게 장애인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준다.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 주치의팀의 사례를 보면, 발목 아래 근력이 전혀 없어 이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해 가정방문을 했다. 햇반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당뇨병을 가지고 있었고, 분노조절장애와 우울증도 가지고 있었다. 건강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기 보다 흡연과 술에 의존하며 견디고 있었다. 하루에 10분 정도의 수면밖에 취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은 악화되어 있었다.

새안산병원 재택의료센터 주치의팀은 정신건강 관련 약 처방과 더불어 금연 치료와 운동요법을 실시해 이제는 실내 운동도 하면서 건강을 상당히 회복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신청 대기 중이다. 이렇게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은 정기적인 사례 회의와 전인적 접근이었다.

만약에 정부의 주치의제라면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아 먼저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등록이 되었다 하더라도 금연과 금주, 그리고 운동과 정신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조치했을 것이고, 그러한 의사들이 모두 방문을 해주기 어렵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며, 온갖 치료가 다 필요하다며 귀찮아하며 소용없는 짓이라며 치료를 포기하고 말았을지 모른다.

복지부가 올해 다시 4차 주치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조금의 변형을 가진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은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도 이유이겠으나,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주치의제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알기도 어렵고, 또 신청을 했더라도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서비스가 별 신통하지 않아 한두 번 이용하고는 포기해 버리는 이가 상당한 현실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패는 오히려 주치의제에 대한 부정적 이상만 남길 수도 있다.

실적을 위한 사업은 절대 안 된다. 보통 시범사업은 시범사업의 성공과 정치권이나 언론의 주목을 의식해 온갖 재원을 동원, 적극적으로 추진하므로 대부분 성공한다. 시범사업 기간이 지나면 시들하거나 성공이 어려운 사업도 시범에서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시범사업을 모델로 다 시범사업처럼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시범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호응을 얻지 못하는 주치의제는 어쩌면 접근의 태도부터가 문제인 것은 아닌가 싶다. 전인적 접근을 위한 친 장애적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다학제 장애인 건강관리와 지역자원 결합’을 주제로 열린 ‘2024년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학술대회’ 후 기념촬영 모습. ©서인환

->지난 6월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다학제 장애인 건강관리와 지역자원 결합'을 주제로 열린 '2024년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춘계학술대회'후 기념촬영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