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몇 명일까요? 전체 인구의 5%, 약 250만명 정도가 등록 장애인이며, 등록이 되지 않은 장애인 수까지 합하면 45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는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 장애인이 장애인을 지원하는 유일한 직업인 동료상담사, 그들의 ‘다리’, ‘손’을 만들어주는 의지보조기기사, 사회복지사 등 많은 분들이 동행하고 있습니다. 모두를 묶어 장애계, 소위 ‘장판’이라고들 칭합니다.
장애인을 위해 묵묵히 그림자가 되기도,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어쩌면 생소했을 그들의 직업 정신을 알리고자, 에이블뉴스는 ‘장판’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네 번째는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실현에 역할을 할 ‘작업치료사’입니다.오는 6월부터 돌봄이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전방위적 돌봄을 제공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실시됩니다. 시설에서 나와 집이나 그룹홈 등에서 주간·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등을 지원받아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장애인이 집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하는 전문직종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1969년 국내 첫 면허 발급 후, 올해 5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먼저 ‘작업치료’가 무엇일까요?‘작업’은 수면 및 휴식, 자조활동, 가사활동, 놀이, 교육, 생산활동, 여가활동, 사회적 참여활동 중 자기 삶을 주도하는 활동인데요.
사람이 작업에 참여해 건강과 안녕(wellbeing)을 향상하게 하는 대상자 중심의 보건전문분야가 바로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입니다. 주 목표는 인간이 삶의 활동에 참여하게 돕는데 있습니다.
즉,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 의미 있는 치료적 활동을 통해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능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함으로써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치료, 교육하는 보건의료의 한 전문 분야입니다.
독립적 일상생활을 위한 ‘전문분야’, 치료 대상이 따로 있을까요?작업치료 대상은 신체, 정신, 사회적 또는 발달의 이유 등으로 일상생활, 가정과 지역생활, 직업생활, 학교생활 등을 참여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제공됩니다.
4가지 영역으로 볼 수 있는데요. ▲발달주기적 영역(뇌성마비, 자폐성 장애 등의 소아기 장애,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의 노인기 장애 ▲사회적 영역(산업재해, 자연재해, 재난재해) ▲정신적 영역(정신분열증, 뇌기능 장애, 주의력 결핍, 충동장애) ▲신체적 영역(뇌졸중, 척수손상, 파킨슨병, 류머티즘, 당뇨, 절단, 뇌기능 장애) 입니다.
작업치료사가 하는 일이 궁금해요!먼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살펴봤습니다.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를 원활하게 회복시키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체나 기구를 활용한 감각·활동훈련, 작업적 일상생활훈련, 인지재활치료, 삼킴장애 재활치료, 상지(上肢)보조기 제작 및 훈련, 작업수행분석 및 평가 업무, 그 밖의 작업요법적 훈련·치료 업무를 한다.’구체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작업활동의 발달과 현재수준을 평가하고, 목표를 세우고, 필요한 중재를 하기 위해 컨설팅과 교육, 작업 활동 습득, 과제조정, 환경조정, 신체 기능 향상, 타 전문가와 협업을 진행하는 것인데요.
실제 장애인 삶 속 어떻게 ‘작업치료’가 녹아들까요?이해를 돕기 위해 전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이민재 님이 지난 2016년 작성한 글 속 작업치료를 통해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사지마비 장원호 님과 오태형 작업치료사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선생님은 나에게 먹는 것, 입는 것, 예전 취미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평가하며 현재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강점과 약점을 알려주었다. 신체적 조건에 많은 한계가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혼자서 포크로 과일과 음식을 찍어서 먹을 수 있도록 손 보조기를 제공해주었다. 남이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다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곤 예전에 취미로 그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움직여지지 않는 손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며, 작업치료 선생님께 이 고민을 털어 놓았는데 선생님은 ‘입으로 그리면 되지요’ 라고 말을 했다.
처음엔 피식 웃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용기와 격려를 해주시며 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매일 열정을 담아 치료해주었다. 또 특별히 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맞춤형 붓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다.
작업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입으로 붓을 조절하기 시작하여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장시간 그림을 그리는 시간동안 모든 걱정과 나쁜 생각들이 사라졌다. 그림을 완성하는 순간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행복을 느꼈고 모든 것에 감사했다.’ 작업치료사는 누구나 될 수 있을까요?작업치료사는 의료/보건/복지/교육 분야에서 환자, 장애인이 집과 지역에서 실제 생활을 수행하게끔 작업 자체에 목표를 둬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전문 직종이기 때문에, 매년 12월에 시행되는 국가고시에 합격해 면허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국가고시는 작업치료학과를 졸업하거나 졸업예정자만이 볼 수 있는데요. 1969년 첫 면허가 발급된 이후 현재 3년제 29개, 4년제 31개 등 총 60개 교육기관에서 매년 2500명 가량의 졸업자를 배출하며, 국가고시를 통해 연간 약 2000명의 작업치료사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총 인원은 올해 기준 1만8517명입니다.
보건소·정신보건센터/병원 및 의료기관·조기중재기관/학교·보육기관/특수교육지원센터/직업지원·사회재활/주거공간·주간보호기관/장,단기 요양기관/보조공학 지원기관 등에서 근무할 수 있고요.
지난해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의 작업치료사 면허신고 현황을 보면, 55%가 의료기관, 11%가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연봉의 경우 병원, 복지관 등에 따라 상이합니다.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지역사회와 재택의료 중심으로 전환되는 문재인정부의 복지정책 ‘커뮤니티케어’가 시작되면,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복지부는 다음달부터 2년간 전국 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해서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연세대 작업치료학과 정민예 교수는 커뮤니티케어에서 방문작업치료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관련 연구나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작업치료사가 주거 환경 개선에 개입했을 때 대상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며,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주거 환경 개선에 작업치료사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케어 본격 시행 시, 대상자에 맞는 전인적인 방문 작업치료는 꼭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 장애인의 작업치료 서비스 요구도가 높은 반면, 전문인력 부족과 시스템 부재로 지역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커서 보건소에 작업치료사가 필수로 채용돼 장애 유형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특히나 발달, 정신장애인에 대한 작업치료의 확대가 필요하겠죠.
장애인이 의료기관에서 퇴원 후 가정에 돌아가면 교통수단 이용 등 여러 생활영역에서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매우 크기 때문에, 커뮤니티케어 속 작업치료사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의 욕구가 반영된 작업치료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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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