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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애인 공익소송 결실 맺다 By 관리자 / 2018-12-17 AM 09:28 / 조회 : 1105회

놀이기구 탑승 거부 승소, 염전노예사건 일부승소

항소·상고장 제출…“하급심 판결 명백 기각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12-14 17:19:20
[2018년 결산]-③ 장애인 공익소송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끝자락에 서서 장애인계를 뒤돌아 볼 때 드는 생각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며 청와대 삼보일배 행진, 대규모 삭발투쟁 등 대정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이 결과 청와대가 9월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을 초청한 가운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추진을 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 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 장애등급제 폐지의 상황도 녹녹하지는 않다. 장애등급을 대신할 종합조사표에 깊은 우려가 제기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특정 장애유형의 서비스가 대폭 줄어드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관련해서는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가족허용 등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무엇보다 주목될만한 키워드는 장애인 공익소송이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신안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에버랜드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거부 소송에 관해 2심 재판부가 장애인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이 1980년대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고 진상규명의 의지를 밝히는 것은 물론, 문무일 검찰 총장이 피해자와 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에이블뉴스는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1~100위까지 순위를 집계했다. 이중 장애계의 큰 관심을 받은 키워드 총 10개를 선정해 한해를 결산한다. 세 번째는 장애인 공익소송이다.


지난 10월 11일 장애인권단체가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거부 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10월 11일 장애인권단체가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거부 소송 판결선고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에이블뉴스DB
매년 장애인들의 공익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사법부는 지난했던 공익소송에서 장애인의 손을 들어줘 그동안의 흘린 눈물을 닦아줬다.

먼저 사법부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놀이공원 사업자(삼성물산)의 행동을 차별이라고 판결해 당사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줬다.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 거부사건에 관한 삼성물산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지난 2015년 6월 시작됐다.

에버랜드를 찾은 시각장애인 김씨가 티익스프레스를 탑승하려고 했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거부당했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김재왕변호사 등 4명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에버랜드가 탑승 거부를 근거로 한 것은 자체적인 ‘안전 가이드북’ 이었다. 안전 가이드북은 에버랜드 놀이기구의 속도, 회전, 높이 등을 고려해 1~5단계의 스릴레벨을 정하고 구간별로 놀이기구를 정리한 매뉴얼로 스릴레벨 4단계인 범퍼카와 5단계인 티익스프레스 등 6가지 놀이기구에 대해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시각장애인의 탑승거부가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3년 4개월이 걸렸다. 실제로 진행된 재판의 횟수는 몇 차례 안 되지만 삼성물산이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탑승한 사람의 위험도를 측정해달라는 검증을 신청하거나, 외국의 놀이기구 안전검사 기관에 안전검사 메일을 발송해 답변을 받겠다고 하면서 기간이 늘어났다.

특히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물산은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한 것은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탑승거부가 ‘차별’이 아닌 ‘안전’이라고 합리화했다.

여기에 놀이기구 승·하차 시 시각장애인은 비시각장애인에 비해 안전사고 가능성이 더 크고 비상상황 시 탈출·구조가 어렵다는 논리를 펼쳤고, 근거로 안대를 쓴 채 놀이기구를 탄 직원들이 비상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7부 부장 김춘호)는 지난 10월 11일 “시각장애인들에게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설명한 후 시각장애인 원고 3명에게 각각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안전 가이드북 속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문구를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특정인에 대한 탑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판결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판결한 사법부가 보여준 현명한 판단과 조치를 적극 환영한다”면서 “이 나라 500만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수호의 보루인 위상에 걸 맞는 배전의 노력과 분발을 염원해본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명백한 ‘차별’이라는 법원에 판단에도 삼성물산 측은 항소한 상태이며 항소이유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선고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이 판결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 판결선고 기자회견에서 법률대리인이 판결에 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올해 이뤄진 장애인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 또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폭행과 감금으로 고통받은 염전피해 장애인을 외면한 국가·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이뤄진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경우 1심 재판부가 원고 8명 중 1명에 대해서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7명의 청구에 대해서는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장애계의 공분을 샀다.

1심 재판부는 “신안군 염전의 염주가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일을 시키거나 폭행 감금 위법사항이 형사판결로 인정된 바 있다”면서도 “경찰 공무원과 지방자치단체 복지공무원의 과실의 위법성에 대한 구체적 주장이 없거나 주장이 있더라도 증거가 부족하다”고 청구기각의 이유를 댔다.

이와 관련해 재판이 끝난 후 피고 신안군청이 패소한 원고 7명에 대해 거액의 소송비용을 청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하기도 했다. 패소한 7명의 피해 장애인 중 3명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고 올해 5월부터 항소심이 진행됐다.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생각이 달랐다. 염전노예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민사 1부, 부장 이승윤)는 국가·완도군이 원고 김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다른 김씨와 최씨에게는 각각 2000만원과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경찰공무원은 피해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정황을 충분히 알았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회복지공무원은 피해자들이 신속한 구호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식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소한 대한민국과 신안군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고 최근 상고를 하면서 염전노예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염전노예 대책위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매우 경악스럽고 통탄스럽다. 대한민국과 완도군은 책임 있는 자세로 판결을 수용해야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올해 사법부는 범죄에 노출된 장애인을 외면한 국가·지자체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을 자행한 놀이공원 사업자를 꾸짖었다.

염전노예사건 항소심 원고들에게는 2000~3000만원을 지급할 것과 차별구제소송 원고들에게 각 200만원 총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두 수송의 피고가 모두 항소 및 상고장을 제출했기 때문에, 상급법원이 이를 기각하지 않을 경우 피해 장애인들은 또다시 힘겨운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과거 사법부가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된 판결을 내려 장애인들의 가슴에 큰 아픔을 줬다.

거주시설 종사자가 이용인을 강제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혀 사망하게 했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 2층 버스가 저상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휠체어 전용공간 확보 의무가 없다는 판결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공은 다시 사법부로 넘어왔고, 장애인계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종결된 하급심은 국가·지자체의 책임과 놀이공원 사업자의 ‘차별’을 명백히 인정했다.

상급심은 피고들의 항소·상고를 기각해 장애인들의 희망의 눈물이 피눈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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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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