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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통념 깨야" By 관리자 / 2022-12-13 PM 12:15 / 조회 : 500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탈시설을 넘어 자립지원체계로  

양혜정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 


얼마 전 장애인거주시설의 사회복지사가 장애인을 폭행해 갈비뼈 2개가 골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애인 학대 가해자와 시설에 대한 법적 처벌과 관리가 강화되었다고 하는데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장애인 인권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18명의 직원이 8명의 장애인을 장기간에 걸쳐 집단적으로 폭행해 충격을 주었던 장애인 시설은 여전히 국가 보조금을 받으며 정상 운영 중이다.

2020년 전국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 중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장애인학대는 150건으로 전체 장애인학대 판정 사례의 14.9%를 차지한다. 거주시설의 장애인은 등록장애인의 1.13%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거주시설에서의 학대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거주시설 장애인의 80.0%가 지적·자폐성 장애인이고, 장애정도로 보면 98.3%가 중증장애를 가지고 있어 상당수의 장애인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거나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도에 거주시설의 장애인학대에서 피해 당사자가 직접 신고한 건수는 2건(1.3%)에 불과하다. 훨씬 더 많은 문제가 감추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거주시설 장애인 학대 피해의 72.7%가 3개월 이상, 8.7%가 10년 이상 지속되었고,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및 방임, 경제적 착취로 구분되는 학대 유형 중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함께 가해진 중복학대가 절반을 차지했다. 즉,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장애인 학대의 많은 사례가 여러 학대 행위가 장기간에 걸쳐 가해지고, 피해자의 대부분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한다. 탈시설을 반대하며 시설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오랜 세월 폐쇄적이고, 제공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던 거주시설의 개선보다 지역사회 자립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빠를 것이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학대 말고도 깊이 들여다봐야 할 문제가 있다. 거주시설 입소를 누가 결정했는가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스스로 시설에 들어오기를 결정한 장애인은 13.9%에 불과했고, 강제적 또는 주변의 강력한 권유 등 비자발적 입소가 82.9%이다. 이렇게 입소한 거주시설 장애인의 19.0%는 20년 이상, 55.1%는 10년 이상을 거주시설에서 살았고, 84.5%의 장애인이 거주시설 입소 후 퇴소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2020년 장애인거주시설 전수조사에서 나타난 장애인의 평균연령은 만 39.4세, 평균 입소기간은 18.9년이다. 중증장애인에게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통제 받는 삶을 강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의 낮은 인프라, 자립 지원체계의 미비를 이유로 전면적인 탈시설 정책에 반대를 표하면서 중증발달장애인과 최중증장애인, 그 가족에게 시설에 거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 속에는 중증장애인의 자립에 필요한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나 지원체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어쩌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당사자의 의견과 삶은 제외되어 있다.

다행히 지난 7월 11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지방정부가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환영과 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특히 거주시설 운영자와 거주시설 장애인의 가족의 반대가 컸는데, 장애인 가족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주거, 소득보장, 활동지원서비스 등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탈시설은 대부분의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거주시설 장애인의 가족은 탈시설 정책에 반대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고 거주시설 수요는 계속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거주시설에 있는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는 자립지원체계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탈시설 패러다임은 단순히 거주시설을 없애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나오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인권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탈시설은 그 누구라도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가고, 장애인이 시설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깨고, 현존하는 시설을 폐쇄해가고, 새로운 시설을 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탈시설의 목적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