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시각장애인용 홈페이지

English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키워 나갑니다.

공지 및 행사

보건의료 뉴스

홈 > 공지 및 행사 > 보건의료 뉴스
소송 2년 만에 되찾은 장애인 투표보조…“5분이면 한 표” By 관리자 / 2022-03-07 AM 09:54 / 조회 : 444회

등록 :2022-03-04 14:07


사전투표 나선 발달장애인들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그림 투표용지·음성 공보물 파일 등

“앞으로 동등한 정보제공 해야”


4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 박지호(43)씨와 투표보조인 김인호(61)씨. 박지영 기자

4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인 박지호(43)씨와 투표보조인 김인호(61)씨. 박지영 기자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전 뇌병변 1급 장애인 박지호(43)씨는 자신의 투표를 도와줄 김인호(61)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친 박씨는 <한겨레>에 “재작년 총선에서는 혼자 투표를 해야 해서 투표하는 데만 30분 정도 걸렸는데, 오늘은 투표 보조를 해주신 분 덕분에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혼자 투표했을 때는 언어장애 때문에 투표소 직원들과 대화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법정 소송 끝에 약 2년 만에 투표보조 지원을 되찾았다. 지난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선거사무지침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지침이 삭제됐고, 이에 따라 일부 투표 현장에선 이들에 대한 투표보조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후 발달장애인들은 참정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청구소송에서 투표보조 지원을 요구했고,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은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지원 임시조치 신청 건’에 대해 조정 성립을 결정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번 대선부터 발달장애인들은 투표보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투표 현장은 여전히 장애인들이 투표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박씨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기표소 크기는 보조인과 함께 들어가기엔 너무 좁았고, 책상과 휠체어 높이가 맞지 않아 불편했다. 또한 전체 투표소 안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기표소가 하나밖에 없어 기다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지적장애인 이다영(30)씨. 박지영 기자

4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지적장애인 이다영(30)씨. 박지영 기자


발달장애인들이 요구해온 ‘그림 투표용지’는 이번 선거에서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이 네 번째 투표라는 지적장애인 이다영(30)씨는 투표를 마치고 나와 “내 주변 발달장애인들은 글자만 못 읽을 뿐이지, 대선 후보들이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투표 의지도 강하다. 발달장애인들도 엄연한 시민으로, 우리들을 위한 그림투표 용지가 없다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발달장애인들이 선거 과정에서 차별받지 않고 적극적인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1층 투표소 설치가 법으로 개정되었지만, ‘다만 원활한 투표관리를 위하여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한다’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여전히 장애인 투표소 접근 100%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와 관련된 정보 제공도 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단체는 “(공보물) 문서를 유에스비(USB)에 담아 제공하는 디지털파일 역시 의무제공이 아니다 보니 14명의 대선 후보 중 8명만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한겨레>에 “윤석열 후보는 각각 메모장과 음성파일 형식으로, 이재명 후보는 한글파일과 점자정보 단말기 기계가 있어야 확인 가능한 데이지파일(목차를 구분 변환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파일) 형식으로 공보물을 제출했다. 후보들이 제출한 파일 형식이 제각각 달라 장애인들이 파일을 받아본 후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응답시스템(ARS)도 현재 배포된 점자 안내문의 내용과 똑같지 않다. 지금 확진자∙자가격리자 투표 시간과 관련된 정보도 음성 안내에는 바로 추가되어 있지 않아 여전히 장애인들이 선거 관련 정보를 얻는 게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10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지영 기자

4일 오전10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지영 기자


장애인단체는 주요 개선 사항으로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선정 △선거 전 과정에서의 수어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정당 및 후보자 토론 시 토론자 일대일 수어통역서비스 제공 △시각장애인 점자공보안내물·비장애인과 동등한 제공 의무화 △선거사무원 모두에게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충분한 교육 추진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공정성 보장 제도 마련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 정보제공 △지역별 선거 설명회 및 모의투표 사전 개최 △투표보조 시 공적 조력인 배치 △그림투표용지 도입을 꼽았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